기고/컬럼

<강원외고>사과하는 방법

사과문에서 절대 사용하면 안 되는 표현

참고자료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기억하십니까?

  

메르스란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감염자들은 발열, 기침, 호흡곤란 및 구토 증상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5월 20일에 처음 감염자가 발견되었다. 감염자는 총 186명, 사망자는 38명으로 7월 28일까지 사태가 지속되었다. 삼성서울병원의 신속치 못한 대처는 메르스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데 기여했고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논란이 되자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6월 23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는 메르스로 인해 고통 받은 환자들을 비롯해 상처받은 유족들의 마음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논란에 대한 재빠른 대처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 그의 태도는 현재까지도 사과의 ‘정석’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특히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 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은 분들께 죄송합니다.

환자 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 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응급실을 포함한 진로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압 병실도 충분히 갖춰서

환자 분들께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 메르스 사태 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문 ( 2015. 06.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글에는 사과문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필수 요건들이 빠짐없이 포함되어 있다. 밑줄 그어진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자. 그는 사과의 주체인 ‘저희 삼성병원’을 언급하고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했던 자신의 잘못을 명백히 명시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반면 어떤 사과문은 어디에 쓰이든 어색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는 사과문 속에 누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락에는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을 지목하고 있는데 이는 사과의 주체를 언급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또한, 그는 삼성전자의 부회장으로서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하여 문제의 해결방안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표했으며, ‘진로환경의 개선’과 ‘음압 병실 구축’을 약속하고 있다. 이는 그 당시 논란된 메르스 사태의 해결과 더불어 후에 나타날 수 있는 유사한 사건들을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이로써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이 드러나게 된다.

그렇다면 사과문에 들어가지 않아야 할 표현에는 무엇이 있을까?

 

‘살짝 고백해봅니다’, ‘눈물의 사과문’ 등의 표현을 사용한 사과문들이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반드시 언급돼선 안 되는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한 ‘살짝’과 반성하는 마음을 나타내기 위한 ‘눈물’이라는 단어는 사과문에서 그리 좋은 표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죄송스러움이 드러난다기보다는 오히려 장난 식으로 가볍게 작성한 것처럼 느껴지며 감정을 과장한 듯한 효과도 있다.

 

‘피해호소인에게, 가해지목인이’라는 표현도 있다. 이 표현은 공인이나 유명인이 국민들을 기만한 사건보다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히 드러난 경우, 많이 사용된다. 자신의 의도치 않은 오판으로 잘못을 저지른 경우에 ‘가해자’로 불리는 것이 억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과문을 내놓는 이상 자신의 의도가 있건 없건 잘못을 깔끔히 인정하는 것이 좋다.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은 사과의 주체가 “상대방이 피해자라고 인정하지는 않으나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해지목인’이라는 단어 또한 “가해한 적은 없으나 피해자가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자신의 죄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표현이다.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인정하며 국민, 혹은 피해자의 선처를 얻고 싶다면 반드시 피해야 한다.

 

가장 많이 하는 실수이지만 잘 깨닫지 못하는 실수 중 하나는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하다’라는 문장이다. ‘~하다면’이라는 표현은 조건문에서 사용된다. 여기서 사과문을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가 드러난다. 사과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 그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상기하고 이를 반성해야 한다. 물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사과문을 발표할 정도의 잘못이라면 분명 다수의 성미를 건드렸을 것이고 이는 그 행동이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의 표현은 자신의 행동에 기분이 상한 사람의 감정에 사과하고 있다. 또한 이 말 속에는 그러할 의도는 없었으나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여 그저 변명이라고 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서 ‘그러할 의도는 없었지만’이라는 말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반성의 기미가 느껴지지 않으며 상대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거나 굳이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면 다음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최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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