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평중] 황순원 작가의 단편소설, '소나기'와 '별'

황순원 작가 특집

참고자료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순수소설의 정석, 황순원의 ‘소나기’]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 어지럽다, 그러나, 내리지 않으리라, 자랑스러웠다. 이것만은 소녀가 흉내 내지 못할, 자기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줄거리

 이 소설은 서울에서 살다가 시골로 전학 온 소녀와 시골에서 자란 소년의 예쁜 만남을 그린 소설이다. 둘은 서로에게 관심이 있지만, 소녀를 지켜보기만 하는 소극적인 소년, 소녀는 그 소년에게 "이 바보~"라고하면서 조약돌을 던지며 소년을 향한 관심을 드러낸다. 둘은 산에서 소나기를 함께 맞으며  가까워지게 된다.  이후 둘은 만나지 못하다가, 소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소녀와 소년은 서로를 생각하며 각각 대추와 호두를 준비했지만, 소년은  호두를 전해주지 못하고, 소녀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소녀는소년의 등에 업혀 도랑을 건너다가 흙탕물이 묻었던 자신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소설 '소나기'는 매우 서정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소녀와 소년의 집안사정도, 이름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순수한 사랑이 느껴진다. 비록 그 사랑이 소나기 같은 사랑이었을지라도, 죽기 전까지도 소년과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의미가 담긴 유언이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게 만들었다. 이 소설이 지금까지도 한국인들의 사랑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은 단편소설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시간 안에 빠르게 읽을 수 있다. 다른 단편소설들에 비해, 사용된 어휘나 내용전개도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인 '황순원'작가는 ‘소나기’ 외에도 ‘별’과 ‘독 짓는 늙은이’ 등 유명한 작품들을 남겼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이야기 속 인물이 마지막에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와 가까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소년이 소녀의 죽음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만약 내가 그 소년이었다면 비록 어린 나이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으로부터 오는 상실감, 고통, 억울함, 슬픔, 분함, 그리고 소녀가 자신과 함께 산을 올라 소나기를 맞았기 때문에 아팠을 것이라는 죄책감을 느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괴로움이 덜해지겠지만, 소년은 소녀와의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추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떠올리게 하는 성장 소설, 황순원의 ‘별’]

 

"어느새 어두워지는 하늘에 별이 돋아났다가 눈물 괸 아이의 눈에 내려왔다. 아이는 지금 자기의 오른쪽 눈에 내려온 별이 돌아간 어머니라고 느끼면서, 그럼 왼쪽 눈에 내려온 별은 죽은 누이가 아니냐는 생각에 미치자 아무래도 누이는 어머니와 같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머리를 옆으로 저으며 눈을 감아 눈 속의 별을 내몰았다."

 

 

 

•줄거리

 소년은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읜 후 방황하며 어머니에 대한 환상을 지녔지만, 동네 과수 노파가 자신의 못생긴 누이가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누이를 미워하게 된다. 그래서 소년은 누이가 만들어준 인형을 땅에 묻어버리고, 누이가 준 옥수수를 버린다. 또 뒷집 여자 아이와 누이가 싸울 때, 예쁜 뒷집 여자 아이가 이기는 게 맞다고 생각하며, 곤란한 처지에 처한 누이를 모른척 하는 등의 악행을 저지른다. 어느날 누이는 어떤 남자와 연애하는 것을 아버지한테 들켜 크게 혼나게 되고, 소년은 그걸 이유로 누이를 강에 빠뜨려 죽이려고 하지만, 결국 죽이지 못하고 돌아선다. 이후 누이는 어떤 실업가의 막내 아들과 혼약을 맺고 집을 떠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누이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소년은 누이의 죽음을 부정하며, 그제서야 후회를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었을 때, 처음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 빠진 소년이 불쌍하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누이를 혐오하고 무시하는 모습이 한심하고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소년은 누나의 죽음으로 정신적으로 성장하긴 하지만, 끝까지 누이가 어머니처럼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없다며 누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누이는 소년을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어머니 같은 역할 해주었지만, 죽고 나서도 진정한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게 참 안타깝다.

 

소년이 어머니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생각나게 한다. 이것은 그리스 신화 속에서 오이디푸스에 관련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심리학적 용어로,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콤플렉스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이성적인 사랑을 느끼면서 아버지를 질투하고 혐오하는 것인데, ‘별’에서는 그 대상이 누이로 바뀐 것처럼 보였다. 그러한 면에서보면 소년이 더 나이를 먹더라도 완전한 정신적 성장을 할 수는 없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아이’라고 표현되어 있어서, 더 철이 없고 세상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 어린 아이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이의 실제 나이는 14살이다. 그 나이로 어머니에게 집착하고 지나친 환상을 지니는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소설 ‘별’은 굉장히 신선한 소재로 쓰여졌기 때문에, 글의 전개를 쉽게 예상할 수 없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소나기’와 마찬가지로 이책도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